제주에서 열린 디지털 노마드 밋업과 그 이후

지난 5월 제주도에서 열린 디지털 노마드 밋업은 두 달 후의 삶을 지구 반대편에서 보내도록 이끌었습니다.

암스테르담에서 자전거를 타고 주민처럼 돌아다니며 지낼 줄은 상상도 못했죠. 현재는 한국 출근 시간에 맞춰 현지 시간으로는 새벽 두 세시에 일어나 원격으로 업무를 보고, 근무 시간 이외에는 해변에서 책을 읽고 현지 친구들의 바베큐 파티에도 껴보는 이 곳의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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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생활을 정리하기까지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언젠간 입으리라 쌓아왔던 옷가지와 짐더미를 버리는 시간의 연속이었죠. ‘무엇을 더 가지고’ 한 곳에서 더 깊이 자리하기 전에, 같은 삶의 패턴을 강요 받기 쉬운 서울의 삶에서 벗어나, 원격 근무가 가능한 직장에 감사하며 어떻게 이런 자리를 보전할 것인가를 더 고민하면서(…), 한 걸음 멀리서 삶의 우선 순위를 정리해보고자, 이런 저런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그렇게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이번 포스트는 일과 여행을 병행하는 삶을 실행에 옮기도록 한, 보다 현실적인 충고와 경험을 가까이서 들을 수 있었던 기회였던 Digital Nomad Meetup in Jeju의 내용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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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협업 공간 J-Space에서 세계 각지에서 원격 근무를 하며 살고 있는 디지털 노마드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경험을 공유하고 일의 미래에 관해 의견을 나누던 행사가 열렸습니다. 세션은 크게 여섯 가지로 다루어졌습니다. Automattic스테프와 매트는 전직원 원격 근무가 가능한 사내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고, 지원자의 3퍼센트만 고용될 수 있는 프리랜싱 플랫폼인 Toptal의 알렉세이는 채용 심사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이어 세계 최초로 디지털 노마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는 도유진님의 다큐멘터리 프리뷰를 시청할 수 있는 세션이 마련되었고, 디지털 노마드와 관련한 글을 유수의 미디어에 기고하고 책도 집필한 카비의 경험담과 여행을 하며 창업과 사진 작업을 하는 피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제주도를 베이스로 원격 근무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소준의님이 연사로 참여하였습니다. 아래에서 핵심 요약을 정리해 보았으며 전체 행사 영상은 포스트 하단의 유튜브 링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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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소준의, 스테프, 매트, 알렉세이, 피트, 카비 (사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 워드프레스의 개발사인 Automattic은 450여명의 거의 모든 직원이 45개의 나라에서 원격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Automattic의 직원이 되려면 수많은 인터뷰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일을 하기 시작하면 철저한 신뢰를 기반으로 업무의 자율성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Automattic에서는 특정 업무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업무 과정을 추적하지도 않습니다. 카페 및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사용하거나 홈 오피스를 꾸미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이 별도로 주어지기도 하고, 팀원을 만나기 위한 여행 경비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팀 협업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제도들도 마련되어있는데 일년에 두 번 세계 어딘가에서 팀원끼리 혹은 직원 전체가 모이는 밋업을 열기도 하고, P2라는 팀원 누구나 접근 가능한 블로그로 사내의 열린 소통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e메일 사용을 거의 않으며, 슬랙과 같은 협업 툴을 이용하거나 30분 이내의 짧은 화상 회의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실험적인 사내 문화에도 전세계 웹 사이트의 ¼ 정도가 워드프레스 기반일 정도로 회사는 지난 10년간 성장을 거듭하며 원격 근무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 Toptal은 상위 3%의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선발해 클라이언트와 연결해주는 프리랜싱 플랫폼입니다.  알렉세이는 Toptal에 등록되기 위해서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원활히 의사 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가 뒷받침 되어야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영어 능력과 인성을 체크하는 영상 면접을 통과하고 나면 면접관과 화면을 공유해 문제 해결을 보여주어야 하는 면접이 진행됩니다. 이후에는 가상의 클라이언트의 프로젝트를 몇 주안에 해결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탑탤의 개발자, 디자이너로 소속되면 탑탤 아카데미를 통해 여러 랭귀지 수업을 수강하여 더 많은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숙련된 프리랜서 뿐만 아니라 학생과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신입 개발자와 디자이너도 교육하고 있습니다. 업계 종사자의 다양성도 중요하게 여겨 더 많은 여성들이 IT업계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장학금 제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2명의 개발자만 소속되어 있으며 더 많은 한국분들이 지원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 본 행사의 공동 주최자이자 세계 최초로 디지털 노마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는 도유진님의 다큐 One way ticket의 프리뷰에서는 <4시간>의 저자 팀 패리스, Automattic의 CEO 멧 뮬렌워그, Toptal의 공동 창업자 브랜든 베네슈트, Buffer 직원의 인터뷰를 볼 수 있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사원으로서 원격 근무가 가지는 이점으로는 어떤 점들이 있는지 생생히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행사 프리뷰 영상보다 짧은 버전이지만 직접 이야기를 살펴보세요. 25개국에서 68명의 인터뷰이를 만난 도유진님의 다큐멘터리는 하반기에 완성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 허핑턴 포스트, 포브스 등에 글을 기고하는 작가 카비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용어가 거창하게 포장되지 않도록 우선 초점을 맞추었는데, ‘정보기술을 이용해 이동하면서 서비스를 팔거나 일을 하고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디지털 노마드이며 원격 근무의 한 형태일 뿐’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항상 돌아다닐 필요도 없고 반드시 ‘이렇게 살아라’는 것도 아니지만 디지털 노마드가 되는 것이 누구에게나 왜 이로울 수 있는지에 관해 본인의 경험으로 풀어냈고, ‘직장을 바꾸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내가 살고 싶은 곳을 스스로 정하고, 내가 일 하는 곳을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면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는 뜻이었습니다. 덧붙여 세상 밖으로 나옴으로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역동적인 환경에 적응하며 문제 해결 능력과 책임감을 키울 수 있었고 새로운 나로 태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는 세대가 되기를 격려하면서요.
  • 피트는 등반을 좋아해 히말라야, 마테호른, 란자니, 후지산 등 유수의 산을 오르곤 하며 험한 잠자리를 마다하지 않는 배낭여행자이지만 그 와중에도 수많은 일을 합니다. Travelistly, Bucketlistly 등 여행 관련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사진과 영상 작업을 하며,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글도 씁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찍은 사진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사진가로 이름을 올리거나, 특정 브랜드와 협업을 하는 프로젝트를 하는 등 뜻밖의 기회를 가져다 주었다고 합니다. 학생 때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지만 디자인, 사진 등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계속 도전하고 여행이라는 삶 속에서 이를 기회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생생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 공군이었던 소준의님은 제주에서 삶을 시작하기로한 후 제주 여행 취향을 분석하고 추천해주는 데일리 제주라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데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해커톤 행사에서 현재 같이 일하는 팀원을 만날 수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 밖에 원격으로 근무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아사나, 슬랙, 행아웃 등 협업 툴을 더 많이 이용하고 자기 일을 찾아가게 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후에는 주변에 이런 도구와 방법을 권유하고 있으며 ‘원격 근무가 가능한 일이구나’라는 인식이 한국 전체에 퍼지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Digital Nomad Meetup in Jeju 행사의 전체 내용은 아래 유튜브에서 자세히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자막 설정에서 한국어 선택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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